내수전~석포 잇는 주민들 다니던 진짜 옛길
울릉도 일주도로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해안도로가 시작하는 도동항과 저동항 북쪽 내수전전망대부터 시계방향으로 섬의 외곽을 따라가 보자. 저동~도동~사동~남양~태하~현포~추산~천부~석포~섬목까지 이어지던 해안도로는 거의 한 바퀴를 다 돌아갈 즈음 뚝 끊긴다. 섬목과 석포에서 처음 출발했던 내수전까지 길이 이어지지 않는 것. 직선거리로 따지자면 2.5km 밖에 되지 않는 내수전과 석포를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2시간 가량 필요하게 된 이유다. 오로지 걸어서만 통과할 수 있는 이 길이 내수전~석포 옛길이다.
울릉도 학생들 집에 가던 길


내수전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전망대에 오르면 오른쪽으로 저동항(사진 왼쪽), 왼쪽으로 죽도가 펼쳐진다
“섬목이나 석포, 천부 사람들이 도동항(지금의 울릉읍)쪽으로 갈 때 이용하던 길이 내수전~석포 옛길이에요. 울릉읍에 학교가 있어 1~2주에 한번 학생들이 집에 갈 때 걷던 길이기도 하지요. 이 구간을 잇는 도로는 아직 없어요. 섬목에서 저동항 구간을 차로 이동하려면 왔던 길을 그대로 되돌아갈 수 밖에 없지요.”
4대째 울릉도에서 살고 있는 울릉도 주민, 울릉군청 임정원 문화해설사의 설명이다. 오늘 내수전~석포 옛길을 함께 걷기로 했다. 울릉도 둘레길의 하나이기도 한 내수전~석포를 관통하는 방법은 오직 ‘걷기’뿐이다. 내수전전망대에서 석포를 잇는 옛길을 걷고 러일전쟁유적지로 알려진 석포일출일몰전망대까지 가기로 했다. 버스와 배 시간을 잘 맞추면 버스를 타고 섬목으로 가서 배로 저동항으로 돌아갈 수 있다.

저동항 촛대바위 일출. 촛대바위 오른쪽으로 도동항까지 이어지는 해안산책로가 이어진다



저동항의 새벽을 여는 오징어잡이배. 출어했던 배가 돌아오면 항구는 부산해진다. 솜씨 좋게 오징어 할복작업을 하는 주민들
본격적인 트레킹 전, 저동항 촛대바위에서 일출을 보기로 했다. 지난 새벽, 집어등을 밝히며 나갔던 오징어배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저동항은 이미 부산하다. 한쪽에서 배가 들어오면 또 한쪽에서는 오징어 할복작업이 한창이다.
“나이 들어 뱃일을 못하게 된 어르신들이 오징어 할복작업 하러 나와요. 구부린 자세로 오래 일해서 피도 안통하고 몸에는 안 좋은데 용돈이라도 벌어볼까 해서 일하는 거죠. 꼬득하게 말린 오징어 내장은 훌륭한 천연 조미료에요. 이렇게 깨끗하게 손질한 오징어를 해풍에 말리면 울릉도 특산품이 됩니다.”
올해는 오징어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작년에 비해 잘 잡히지 않아 한축(20마리)에 7만5000원에서 8만원까지 나가는 것도 있다. 날씨 탓인지 귀하신 몸이 된 금오징어를 저렴하게 맛보려면 저동항 근처 활어판매장을 찾으면 된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오징어에 잠시 정신을 빼앗겼지만 옛길 트레킹이 먼저다. 원점회귀가 어려운 관계로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활어판매장 앞 택시 정류장에서 내수전전망대까지는 10여분 남짓 걸린다.
울릉읍·북면 마을 잇던 길 위에 새겨진 옛 이야기


내수전마을에서 석포마을로 이어진 걷기 좋은 옛길. 울릉도 주민들의 추억과 시간을 품고 다져진 흙길이 푹신하게 이어진다


[오른쪽]잎이 10~12개까지 갈라지는 섬단풍. 도시 아이들에게는 인기있는 울릉도 특산품이라고
본격적인 내수전~석포 옛길은 내수전전망대 초입에서 시작한다. 왕복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일출일몰 명소, 내수전전망대도 놓치지 말고 올라보자. 막다른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조금만 임도를 내려가면 곧 옛길을 알리는 안내판과 닿는다. 석포까지 3.4km를 알린다. 숲으로 들어서자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금세 속살을 드러내는 옛길. 얼마나 야생적(?)인 공간이기에 차도를 내기 어려웠을까에 대한 궁금증이 해결된다.
1963년 시작한 울릉도 일주도로 공사는 2001년, 내수전~석포 구간을 빼고 부분 완성되었다. 차도가 침범하지 못해 옛날 정취를 그대로 간직한 이 구간은 ‘옛길’이라는 이름과 썩 잘 어울린다. 5년쯤 후에는 이 구간을 드라이브로 통과할지도 모르겠다. 울릉도 일주도로공사가 2016년 완공을 목표로 2011년, 10년 만에 재개되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흙길을 밟으며 울릉도 옛길을 따라간다. 생기 넘치는 이 길은 성인봉 원시림의 야생성과 울릉도 사람들의 애환 섞인 추억을 품고 있다. 얼마나 걸었을까. 숨이 찰 즈음, 물줄기를 품은 정매화골에 닿는다. 산속 치고는 제법 너른 쉼터다. ‘정매화’라는 인정 많은 이가 살던 곳이란다. 1981년까지 이효영씨 부부가 이곳에 터를 잡고 살면서 폭설 등으로 조난당한 길손들을 구조했다. 시원한 샘물로 목을 축이고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정매화골 근처에는 돼지에게 먹인다고 ‘돼지풀’이라고도 부르는 섬바디가 가득이다.
호젓한 숲길이 이어진다. 출입을 막아놓은 샛길이 하나 나온다. 지금은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해안마을, 와달리로 향하는 길이다. 바깥에서 봐도 깊어 보인다. 길이 험해 눈이나 비가 많이 올 때 위험하다고 했다. 계획대로 석포로 향한다. 낙엽으로 부드럽게 다져진 길 위로 많게는 13개까지 갈라진 섬단풍이 반겨준다.
시원한 바다 풍경에 탄성이 절로


그대로 전해진다
[오른쪽]포장도로에서 만나는 첫 번째 갈림길. 오른쪽 ‘섬목가는 옛길’로 가야 석포마을과 닿는다

공사가 한창인 안용복 기념관 앞을 석포전망대 또는 석포쉼터라고 부른다. 죽도는 물론 날이 좋을 때에는 독도까지 보인다고
울릉읍과 북면의 경계다. 이제야 내수전과 석포 주민들이 오가던 길임이 실감난다. 북면땅으로 들어서자 바다가 모습을 드러낸다. 연륙교로 연결된 관음도와 섬목도 보인다. 울릉도 숲길 종합안내도에서 현재 위치를 확인하자, 바로 포장도로가 시작된다. 석포마을 안내판을 따라 가다보면 두 갈래길과 닿는다. 오른쪽으로 난 ‘섬목가는 옛길’로 올라선다. 한참을 이어진 포장도로를 따라 공사가 한창인 안용복 기념관으로 향한다. 안용복 기념관 앞을 흔히들 ‘석포전망대’라고 한다. 이 앞에서도 천부로 가는 버스가 선다. 오늘의 도착지인 석포일출일몰전망대인 러시아전쟁유적지와는 엄연히 다른 곳이다.
안용복 기념관 앞, 죽도를 오른편에 두고 포장도로를 따라 내려간다. 석포교회를 지나 또 갈래길이 나오면 이번에는 왼쪽으로 들어선다. 약간의 오르막 끝에서 ‘석포의 지명유래’ 안내판과 만난다. 석포의 원래 이름은 정이 들어 헤어질 때 운다는 뜻의 ‘정들포’란다. 정이 들기 전 안내판을 등에 두고 우회전해서 내려선다. 어려운 길을 잘 찾아왔다고 칭찬이라도 하듯이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뾰족 솟은 송곳봉이며 평평한 본천부 덕에 눈이 호강한다.

내수전에서 석포로 향하는 길. 송곳봉과 본천부마을이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


살필 수 있는 동시에 막사를 숨길 공간을 갖춘 최고의 요새였다
[오른쪽]러일전쟁 당시 일본군 막사가 있던 흔적.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여전히 그 자리에 박혀있다
포장된 길이지만 구불구불 제법 가파르다. 겨울이면 마을버스도 잘 다니지 못하는 석포마을은 울릉도에서도 오지에 속한다. 화장실과 함께 갈림길이 나온다. (이 앞에서도 버스가 선다. 천부로 가려면 여기서 버스를 타면 된다.) 쭉 직진해서 내려가면 울릉도 북면의 해안도로다. 섬목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이 있다. 지명은 선창. 그보다 먼저 석포일출일몰전망대로 향한다. 직진하지 말고 급커브 좌회전을 해서 경사 급한 오르막을 올라야 한다. 무릎 쑤실 각오는 해 두는 편이 좋겠다.
석포일출일몰전망대에 오르자 무릎 통증 따위는 말도 없이 사라진다. 송곳봉이며 본천부며 시원하게 펼쳐진 북면의 해안풍경 덕분이다. 사방이 탁 트여 어디서 어떤 움직임이든 포착할 수 있다. 이곳에 일본군의 망루가 자리 잡은 이유다. 지금껏 남아있는 막사터 흔적은 당시 울릉도민의 고된 노역을 오롯이 기록하고 있다. 비탈진 포장도로를 원망한 마음이 부끄럽다. 러일전쟁유적지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1905년 러일전쟁을 위해 일보해군이 망루를 설치했던 곳이다. 왜 우리 땅이 열강들의 전쟁에 상처받아야 했을까.
생채기처럼 새겨진 막사터를 지나 왔던 길을 그대로 돌아간다. 화장실 근처의 갈림길이 나오면 이번엔 그대로 직진한다. 큰길(해안도로)과 닿는 곳에 선창 버스정류장이 있다. 버스를 타고 섬목으로 향한다. 다행히 배 시간이 맞을 듯 싶다. 섬목에서 물길을 이용하면 저동까지 바로 갈 수 있다. 걸어왔던 길을 섬의 바깥에서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TIP | 내수전~석포 옛길 트레킹


석포일출일몰전망대를 보고 선창으로 내려와 섬목행 버스를 타면 야생성을 오롯이 품은 울릉도 북면을
감상할 수 있다. 섬목에서 저동항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바로, 배다. 트레킹 시작 전, 배시간과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계획을 짜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길에서 바라본 내수전~석포 옛길 구간
내수전~정매화골~석포전망대(안용복기념관)~석포일출일몰전망대(러일전쟁유적지), 총 7km 2~3시간 소요
옛길 자체는 남녀노소 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지만 길의 초입과 말미에서 외부로 연결하는 포장도로가 약간 무리일 수 있다. 오르막 내리막 내수전에서 내수전전망대까지는 도보로 30분 이상 걸린다. 오르막 포장도로에서 본격적인 트레킹 전 기운이 빠질 수도 있으니 차량으로 이동하는 편을 추천한다. 저동항 택시정류장에서 1만~1만2000원 정도 나온다. 버스를 이용하면 내수전까지 간다.
울릉읍과 북면의 경계를 지나며 울릉도의 동남쪽(내수전) 마을과 동북쪽(석포) 주민들이 오가던 길임을 확인할 수 있다. 기상악화로 섬목과 저동을 오가던 배가 끊기면 오직 걷는 것 밖에 방법이 없던 이 길에는 울릉도 사람들의 추억과 애환이 두툼하게 다져진 흙길처럼 쌓여있다. 석포마을까지 간 김에 석포일출일몰전망대(러일전쟁유적지)에도 잊지 말고 들러보자. 걸어서 원점회귀 할 예정이 아니라면 버스와 배시간을 확인해서 동선을 짜는 편이 좋다.
버스로 저동항까지 가려면 천부행 버스를 타고 천부에서 저동행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천부에서 하루 4회(09:00, 10:40, 13:30, 15:30) 출발하는 버스는 20분이면 석포 종점에 도착, 곧바로 천부로 향한다. 트레킹 계획을 짤 때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여행정보| 내수전~석포
[교통]
도동→내수전 노선버스 하루 15회(07:20~18:00) 운행, 요금 1000원.
저동→내수전 노선버스 하루 15회(07:30~18:10) 운행, 요금 1000원.
내수전에서 내수전전망대까지 도보 약 30분, 저동항에서 내수전전망대까지 택시 1만원 내외.
천부→섬목 농어촌마을버스 하루 5회(08:00, 11:00, 12:00, 15:00, 16:30) 운행, 요금 1000원.
섬목→저동항 섬목페리호 하루 5회(08:30, 11:30, 12:30, 15:30, 17:00) 운행. 요금 일반 4000원, 소아 2000원.
문의 무릉교통 054-791-8000, 울릉해운 054-791-9905
[별미]
- 울릉도에서 무엇을 맛볼까. 홍합과 함께 지어낸 홍합밥, 시원하게 끓여낸 오징어내장탕, 약초먹여 키운 울릉도 약소불고기, 이름도 신기한 따개비 칼국수, 울릉도 지천에서 뜯어 내온 산채나물, 그리고 산마늘로 유명한 명이나물 등이 울릉도 별미로 꼽힌다.
- 이 모든 메뉴는 도동항 근처의 쌍둥이식당(054-791-2737), 99식당(054-791-2287) 등 즐비한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홍합밥 1만3000원, 따개비밥 1만5000원, 오징어내장탕 8~9000원, 따개비칼국수 7000원, 약소한우 1인 2만원 내외.
[숙박]
- 울릉읍의 중심 도동항 근처에는 울릉호텔(054-791-6611), 성인봉모텔(054-791-2078), 울릉도모텔(054-791-8887) 등 숙박시설들이 몰려있다.
- 도동항을 조금 벗어난 저동항에도 반도여관(054-791-3380), 바다햇살펜션(054-791-3743), 울릉내수전민박(054-791-1708) 등이 있다.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msomm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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