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편지
황 동 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대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다시 보고 싶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규승, 「은유」 (0) | 2013.04.23 |
---|---|
미친 춤의 시대 - 김혜순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0) | 2012.08.28 |
태안사의 아름다운 곰 _ 국토의 시인 조태일 (0) | 2011.02.11 |
<시 사냥꾼 (2)> (0) | 2009.08.25 |
간절한 소망 (0) | 2008.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