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글

남들도 우리처럼 사랑 했을까요

이산저산구름 2008. 12. 29. 17:02

풀섶을 스쳐가는 바람소리에 몸을 낮춥니다.

그동안 꽃의 화려함에 길들여져 겨울 들판의 마른 풀들이 씨앗을 안고

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눈여겨보지 못했습니다.

기다림의 씨앗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 씨앗이 떨어질 한 조각 땅을 가꾸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겨울 풀숲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연일 들려오는 소식은 불길하여 산중에 앉아있어도 戰火속에 앉아 있는 것 같이 불안하기만 합니다.
어둠을 밝혔던 촛불은 심하게 흔들리고 설마 했던 일들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 모두에게 힘겨운 시간이 되리라 생각하며  400 여년 전,  

남편을 사별한 후 아내가 쓴 소중한 편지 한통을  올려봅니다.

 

민간에서 처음 씌여진 우리말  편지글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사료이며  제게는 우리말을

사랑하게 된 연유가 되었고 거리에서 서름들을 견디게한 글이었기에 문득 옮겨 놓습니다.

 

 

 

                                                           ▲ 원문의 읽힘이 좋아 풀이글을 올렸다가 내렸습니다.

 

                                                           사진을 클릭하면 관련자료들을 상세히 볼 수 있습니다.

                                                       

                                                      

  원이 아바님께 
                                                                                            병슐 뉴월 초하룻날 집에서

 

자내 샹해 날드려 닐오되 둘히 머리 셰도록 사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엇디하야 나를 두고 자내 몬져 가시노

날하고 자식하며 뉘긔 걸하야 엇디하야 살라하야 다 더디고 자내 몬져 가시는고
자내 날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며 나는 자내 향해 마음을 엇디 가지런고
매양 자내드려 내 닐오되 한데 누어 새기보소
남도 우리같이 서로 어엿비 녀겨 사랑호리 남도 우리 같은가 하야
자내드러 닐렀더니 엇디 그런 일을 생각지 아녀 나를 버리고 몬져 가시난고

자내 여히고 아무려 내 살 셰 업스니 수이 자내한테 가고져 하니 날 데려가소
자내 향해 마음을 차승(此乘)니 찾즐리 업스니 아마래 션운 뜻이 가이 업스니

이 내 안밖은 어데다가 두고 자식 데리고 자내를 그려 살려뇨 하노
이따 이 내 유무(遺墨) 보시고 내 꿈에 자셰 와 니르소
내 꿈에 이 보신 말 자세 듣고져 하야 이리 써녔네 자셰 보시고 날드려 니르소
자내 내 밴 자식 나거든 보고 사뢸 일하고 그리 가시지 밴 자식 놓거든 누를 아바 하라 하시논고
아무리 한들 내 안 같을까 이런 텬디(天地)같은 한(恨)이라 하늘아래 또 이실가
자내는 한갓 그리 가 겨실 뿐이거니와 아무려 한들 내 안 같이 셜울가
그지 그지 끝이 업서 다 못 써 대강만 적네
이 유무(遺墨) 자셰 보시고 내 꿈에 자셰히 뵈고 자셰 니르소
나는 다만 자내 보려 믿고있뇌 이따 몰래 뵈쇼셔 하 그지 그지 업서 이만 적소이다

 


남들도 우리처럼 사랑했을까요              2004-12-15    청와대 앞 단식 현장에서                                        

 

한 십년쯤 전에 뉴스에서 들었던 기억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언문(한글)은 요절한 남편에게 부인이 쓴 편지로

도로 공사로 이장하는 묘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합니다.

" 남들도 우리처럼 사랑 했을까요"라는 첫마디로 시작되는 편지글이었습니다. 

그 뉴스를 들으면서 우리말이 그렇게 아름답구나하고 까닭 없이 우리 말과 글에

사랑이 갔습니다. 죽음과 생명은 당황스러울 만큼 신비적이라고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머리카락으로 짚신을 삼아 떠내 보내면서 젊은 부인이 쓴 이별이

시가 되어 500년의 시공을 넘어 우리에게 오듯이 지금 천성산이 겪고 있는 아픔도

말과 꿈으로 다시 우리의 마음에 공명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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