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동시 17 - 또바기 둘이서 - 강순예
예주네 할머니와 울 할머니
웬일인지 오늘은
좁은 골목길
따로 떨어져 온다.
코앞 마을 회관도, 만날
둘이서 또바기 가고
찻길 건널 때도, 조심조심
놓칠세라 손 꼭 잡고, 느럭느럭
놀이터 의자에 앉아, 자분자분
서로 이름 부르며, 도란도란
호물호물 웃던 두 할머니…….
예주와 찡긋, 눈 맞추고는
“할머니, 또바기 할머니!”
달려가 매달린다.
“하이고! 요, 요 강생이들!”
살갑게 쓰다듬고 안아주더니
슬그미 손잡고 간다,
또바기 둘이서.
우리말 뜻
코앞: 코의 바로 앞이라는 뜻으로, 아주 가까운 곳을 이르는 말.
만날: 매일같이 계속하여서.
또바기: 언제나 한결같이 꼭 그렇게.
느럭느럭: 말이나 행동이 퍽 느린 모양.
자분자분: 성질이나 태도가 부드럽고 조용하며 찬찬한 모양.
도란도란: 여럿이 나직한 목소리로 서로 정답게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그 모양.
강생이: ‘강아지’의 방언(경상, 제주).
살갑게살갑다: 닿는 느낌 같은 것이 가볍고 부드럽게. 닿는 느낌 같은 것이 가볍고 부드럽다.
슬그미: ‘슬그머니남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슬며시’의 준말.
우리말 동시 풀이
예주 할머니와 울 할머니는 단짝이다. 이 시에는 웬일인지 토라져 버린 두 할머니를 다시 하나로 돌려놓는, 단짝 친구 예주와 내 모습을 따뜻하게 그렸다. 자주 만나는 친구일수록, 함께 나누고 싶은 얘깃거리가 많다. 더욱이 단짝 친구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 모습을 나타내기 위해, 부드럽고 다정한 느낌의 ‘자분자분’과 ‘도란도란’을 썼다.
무언가 살짝 마음이 불편했던 두 할머니,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손잡고 간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말로 사과하지 않아도, 마음은 또바기 하나였을 단짝 할머니. 친구와 다투었다면 먼저 마음을 열고 따뜻한 손을 내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