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글

문인이 말하는 한글, 아름다운 문장 17 소설가 권지예 편 '순수 박물관'

이산저산구름 2013. 11. 13. 12:46

순수박물관

 
 그때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알았더라면 그 행복을 지킬 수 있었고,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르게 전개될 수 있었을까?
 
-오르한 파무크Orhan Pamuk, 〈순수 박물관〉 중에서


 

〈순수 박물관〉의 첫 문장이다. 한 여자를 만나 44일 동안 사랑하고, 339일 동안 그녀를 찾아 헤맸으며, 2,864일 동안 그녀를 바라본 남자 주인공의 30년에 걸친 처절하고 지독한 사랑에 대한 독백이다. 사랑을 잃고 인생을 잃고 우리는 그것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소중했는지를 깨닫는다. 어떤 의미에서 인생은 항상 소설의 첫 문장과 같다. 끝까지 읽어야 알 수 있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어찌 살아야 할까.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절대 후회하지 말고. 그것이 인생의 규칙이자 딜레마다.

 

권지예
1960년 경북 경주 태생. 1997년 〈라쁠륨〉으로 등단. 장편 소설 《유혹》전 5권, 《4월의 물고기》, 《붉은 비단보》, 《아름다운 지옥1,2》, 소설집 《퍼즐》, 《꽃게무덤》, 《폭소》, 《꿈꾸는 마리오네뜨》, 그림소설집 《사랑하거나 미치거나》, 《서른일곱에 별이 된 남자》 산문집 《권지예의 빠리, 빠리, 빠리》, 《해피홀릭》이 있다. 2002년 이상문학상, 2005년 동인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