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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맞춤법 차례차례 알아보기 7 - 두음법칙, 알고보면 간단해요!

이산저산구름 2013. 11. 6. 11:41

두음 법칙, 알고 보면 간단해요!class=

 
 


 


이번 호에서는 한글 맞춤법 ‘제5절 두음 법칙’에 딸린 제10항을 살펴보겠습니다.

 
 
 

두음 법칙의 세 가지 종류

 

우리말에는 일정한 유형의 소리들은 단어 첫머리에서 잘 실현되지 못하는 제약이 있습니다. 이를 가리켜 ‘두음 법칙頭音法則’이라 합니다. 이와 관련된 표기법을 알아보기 전에 두음 법칙에는 어떤 종류가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첫째, 우리말에는 단어 첫머리에 둘 이상의 자음군이 나타날 수 없습니다. 영어 ‘strike[straik]’를 보면 첫머리에 자음이 세 개까지도 나타납니다. ‘스트라이크’와 같이 우리 식으로 소리를 내면 첫머리에 자음이 하나만 오는 것과 대조가 됩니다.

 

둘째, 우리말에는 단어 첫머리에 [ㅇ]ng 소리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ㅇ’이 받침으로 쓰일 때만 소리가 난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첫소리에서는 실현이 안 된다는 뜻이고 따라서 단어 첫머리에서도 실현되지 않겠지요. 그런 점에서 이런 현상도 두음 법칙의 하나라 하겠습니다.

 

셋째, 우리말, 특히 한자어의 단어 첫머리에서는 [ㄹ]이 발음되지 못하고 [ㄴ]으로 소리가 바뀝니다. 예를 들어, ‘老人’을 본음을 따라 적으면 ‘로인’이지만 첫머리에서는 [ㄹ]이 발음되지 않으므로 ‘노인’이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단어 첫머리에 나오는 [ㄴ] 또한 모음 ‘ㅣ, ㅑ, ㅕ, ㅛ, ㅠ’ 등의 앞에서는 탈락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즉, ‘料金’은 본래 ‘료금’이지만 ‘뇨금’으로 되었다가 최종적으로는 ‘요금’으로 되는 것이지요. ‘女子’는 ‘녀자’에서 바로 ‘여자’로 된 것이고요.

 
 
 

한자어의 첫머리 ‘ㄹ’은 ‘ㄴ’으로 발음
여자女子, 연세年歲
 

우리말의 두음 법칙은 크게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는데, 한글 맞춤법과 관련이 깊은 것은 세 번째로 다룬 부분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세 번째 두음 법칙은 한자어에 한한다는 것입니다. 고유어나 외래어 표기에서는 두음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두음 법칙, 알고 보면 간단해요!class=
 

앞서 설명했듯이 한자어에서 ‘ㄴ’이 ‘ㅕ, ㅛ, ㅠ, ㅣ’ 등과 만나 단어 첫머리에 나오는 경우에는 ‘ㄴ’이 탈락하게 되는데, 한글 맞춤법에서는 이런 경우에는 소리를 따라 적도록 규정하였습니다. 그동안 살펴본 한글 맞춤법의 원리에 따르면, 두음 법칙도 규칙적인 현상이므로 소리를 따라 적지 않고 원형을 밝혀 적는 것이 일견 타당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음 법칙의 경우, 왜 하필 단어 첫머리에서, 그것도 유독 한자어에서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서, 어떤 현상이 규칙적으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여느 음운 현상과 다른 점입니다. 두음 법칙과 관련된 항목에 유독 예외적인 조항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수식어가 앞에 있어야 하는 의존 명사에는
두음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두 냥, 오 년
 

두음 법칙, 알고 보면 간단해요!class=
 

의존 명사로 쓰인 ‘두 냥←兩, 오 년’ 등의 ‘냥, 년’은 단어 첫머리에 나오지만 현실 발음에서 두음 법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즉, [ 양], [ 연] 등과 같이 발음되지 않는다는 뜻이지요. 의존 명사는 띄어쓰기를 하니까 형식적으로는 단어 첫머리에 나오긴 하지만 항상 어떤 말의 뒤에서만 쓰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단어 첫머리에 나오는 말이라 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이유로 두음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지요. 주의할 것은, ‘년’은 ‘연 3회’처럼 의존 명사로 쓰이지 않을 때에는 두음 법칙을 적용하여 적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합성어나 파생어에서
두음 법칙이 적용되는 원리

신여성新女性
 
두음 법칙, 알고 보면 간단해요!class=

 

[붙임 1]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고, [붙임 3]은 [붙임 2]의 확대 적용이므로 [붙임 2]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新女性’에서 ‘女’는 단어 첫머리에 나온 경우가 아니므로 ‘신녀성’으로 적어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女性녀성’이 먼저 두음 법칙의 적용을 받아 ‘여성’으로 바뀐 다음에 접두사 ‘신-’이 붙은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단어 첫머리에 나오지는 않았더라도 본래는 단어 첫머리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두음 법칙을 적용하는 것이지요.

 

문제 하나 내겠습니다. ‘會計年度회계년도’는 한글로 어떻게 적어야 할까요?
이때에는 ‘年度년도’가 우선 두음 법칙을 적용받아 ‘연도’로 바뀐 후에 ‘회계’와 결합한 것이므로 ‘회계연도’로 적어야 합니다.


글_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