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까미노 산티아고]산토 도밍고의 전설 - 10
[얼렁뚱땅 까미노 산티아고]산토 도밍고의 전설 - 10
Logrono에서 출발하여 23km를 걸어 Ventosa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Ventosa는 조용하고 작은 마을이다. 한낮의 햇볕이 강한 마을 입구에는 아름다운 Bar가 있고 Bar에서 친절한 주인 아줌마의 깔끔한 요리를 점심으로 먹었다. 계란 후라이 두 개와 잘 구운 베이컨 세 쪽과 감자칩 약간 그리고 넉넉한 바케뜨와 계피 향 가득한 쌀밥디저트.
Ventosa의 알베르게는 사설 알베르게다. 공립 알베르게보다 숙박비를 3유로 더 받는 대신 요리할 수 있는 주방시설이 준비되어있다. 유럽인들은 그곳에서 그들만의 식탁을 꾸리지만 코리안은 Bar에서의 깔끔한 식탁을 기대하며 저녁을 맞는다.
새벽 5시부터 알베르게 주인 아줌마는 클라식 음악을 은은하게 틀어 놓고 투숙객들을 재촉한다.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라고 눈치를 주지만 새벽 5시에 일어나는 투숙객은 시차 적응을 못해 헤매는 단 한 사람 빼고는 아무도 없다.
알베르게 아줌마의 재촉 덕분에 일찍 행장을 차리고 길을 떠나며 벤토사의 일출을 보게 된다.
Najera지역을 지나기 전 Yalde 강의 다리를 건너면 밀가루 공장담벼락이 보인다. 그 담벼락에는 근처 마을 성당의 수사가 써 놓은 글이 있다. ’순례자여! 누가 당신을 불렀는가? 어떤 감춰진 힘이 당신을 이곳으로 불렀는가?’
오늘은 11~12세기 빰쁠로냐가 이슬람에 의해 파괴되었을 때 나바라 왕국의 수도였었던 Najera를 지나 Santo del La Calzada까지 30km를 걸어야 한다. 소설가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순례자>에서 주인공이 산채로 매장 당하는 훈련을 하던 Santo del La Calzada까지 가야 한다. 코엘료는 ‘누구나 두려워하고 있는 죽음이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을 실현 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준다.’라고 말한다. ‘죽기 전에 꼭 해야 하는 일은 사는 일’이라고 말하는 코엘료의 말을 새기며 길을 재촉 한다.
Najera에 들어서니 스페인 아줌마들도 열심히 걷는 모습을 보여준다. 꾀죄죄한 이방인이 곁눈질 하던 말던 경쾌한 발걸음을 수다와 함께 한다.
Santa Maria la Real 수도원을 지나 마을을 벗어나는 오르막길을 지나면 붉은 사암에 만들어진 동굴을 보게 된다. 처음 Najera에 자리 잡은 주민들이 침입하는 적들로 부터 방어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붉은 사암 지역을 지나 야트막한 고개를 넘어서면 올해의 포도 농사가 작년보다 잘되게 끔 농장을 관리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세계3위의 포도주 수출국답게 2월의 스페인을 달구고 있다.
Rioja 지방의 드넓은 평원을 터덜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자갈길을 지나다 보면 까마득한 곳에 도시의 냄새가 풍겨 나온다.
믿기지 않겠지만 도시 냄새를 맡은 곳에서 대략 2시간 가량 걸어야 목적지에 도착하게 된다. 하늘이 깨끗하고 공기를 오염시키는 매연이 존재하지 않는 스페인의 자연이 주는 확 트인 시야는 갈길 먼 순례자들에게는 아득하기만 하다.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성당 옆의 알베르게는 성당에서 운영한다. 숙박비를 무료라 하면서 접수하는 자원봉사자 아저씨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기부함을 손가락으로 가르친다. 접수하는 분이 보는 앞이라 일반적인 숙박비 5유로를 기부함에 넣지 않을 수 없다. 손 작은 코리안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료 숙박 알베르게와 유료 숙박 알베르게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 했으나 그 의문은 쉽게 풀렸다.
무료로 운영되는 알베르게라 편의 시설이 유료 알베르게에 비해 불충분 했다.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의 조도가 보장 되지 않는 침침한 실내, 겨울에 샤워 하기에는 너무나 시원한 온수, 실내 구석구석에 설치해 놓기만 한 라디에이터를 보고서도 따뜻하고 안락한 취침을 보장 받지 못하는 무료 투숙객의 비애를 겪어 보지 않고는 알 수가 없다.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성당 에는 수탉과 암탉이 한 마리씩 사육되고 있다. 잘 먹어 토실토실한 순백색의 닭 두 마리가 쇠창살 안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보기 위해 순례자들은 기꺼이 그들의 호주머니에서 5유로를 꺼낸다.
그러고 나면 누군가가 중세의 어느 시절에 모함을 받아 교수형을 당할 뻔 하다가 닭의 울음으로 살아 난 사람에 대한 전설을 들려준다.
한 가족이 순례를 떠나 산토 도밍고에 며칠 지내게 된다. 산토 도밍고에서 지내는 동안 수려한 외모의 아들에게 정신 줄을 놓은 숙소의 하녀가 사랑을 구걸하지만 아들은 젊잖게 거절한다. 사랑을 거절 당한 하녀는 수치심과 복수심에 정신을 잃어 성당의 은잔을 아들의 짐 속에 넣고는 도둑으로 몬다. 구명할 방법도 찾지 못한 채 아들은 성당 앞 광장에서 교수형에 처해지고 가족들은 애통하지만 계속 걸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다다른다. 산티아고 순례를 마치고 왔던 길로 되돌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산토 도밍고에 도착하니 아들이 아직도 교수대에 매달려서 살아 있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산토 도밍고 (도밍고 성인)가 두 손과 어깨로 밧줄에 매달린 아들을 바치고 있었다. 기쁜 마음에 가족들은 당장 영주를 찾아가 아들이 살아 있으니 당장 교수대에서 내려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닭고기를 먹던 영주는 코웃음을 치며 네 아들이 살아있다면 내 접시에 있는 구운 닭이 살아있겠구나 하고 말했다.그러자 그의 식탁에 놓여있던 구워진 닭이 벌떡 일어나 홰를 치며 노래를 했다. 닭의 기적을 목격한 판사는 아들을 석방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다. 그 후 도밍고 성인의 기적을 기리기 위해 산토 도밍고의 성당에서는 매일마다 살아있는 닭 한 쌍을 정성스레 키우게 되었다. 이 닭의 울음소리를 들으면 순례 내내 행운이 함께한다는 얘기가 있지만 현실에서는 닭 한 쌍은 두꺼운 유리창 안에 갇혀 있어 닭이 꼬끼오하고 울어도 순례자들은 그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다.
성당 인근의 빵집에서도 닭의 전설을 믿고 찾아오는 순례자들을 위하여 닭 모양을 한 쿠키와 초코렛을 착하지 않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착하지 않은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 맛이 궁금하여 착하지 않은 가격에 굴복하는 모습이 산토 도밍고에 도착한 어리숙한 순례자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