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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우다'는 '무엇을 비교적 좁은 틈에 넣거나 꽂거나 하여 빠지지 않게 하다'라는 뜻을 가진 타동사입니다. '누구를 한 무리에 섞거나 덧붙여 들게 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끼우다'는 '끼우어/끼워, 끼우니, 끼운'과 같은 방식으로 끝바꿈을 합니다.
천을 동여매 놓기도 하고, 가지 사이에 돌을 끼워 시집 장가 보낸다고도 하던 그 대추나무, 그 옆으로는 논물이 흘러서 원갑이는 거기서 숫돌을 놓고 낫을 갈았었다. <한수산, 유민>
그들은 자기들의 술추렴에 나를 끼워 주었고, 따뜻한 아랫목을 기꺼이 내게 양보했다. <이문열, 그해 겨울>
자동사인 '끼이다'는 '무엇이 비교적 좁은 틈에 넣어지거나 꽂혀서 빠지지 않게 되다' 정도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누가 한 무리에 섞여 들거나 어떤 일에 관여하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끼이다'는 '끼이어/끼여, 끼이니, 끼인'과 같은 방식으로 끝바꿈을 합니다.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 왔던 B는 내 책갈피에 끼여 있는 경희의 편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전광용, 사수>
그의 튼튼한 누런 이빨 사이에 끼인 고춧가루가 눈에 띄었다. <김원일, 어둠의 축제>
한창 무르익는 술자리에 낯선 사람이 끼이면 갑자기 분위기가 가라앉기 마련이고, 술꾼들로서는 어쩔 수 없이 무엇인가 손해를 본 듯한 느낌이기 십상이다. <송기원, 아름다운 얼굴>
덩치는 크나 그 애들보다 서너 살 어린 그는 놀음에는 끼이지 못하고 부러운지 한옆에 서서 치근거린다. <최홍일, 눈물젖은 두만강>
'끼우다'와 '끼이다'는 모두 '끼다'로 줄여 쓸 수 있습니다. 이 '끼다'는 '끼어/껴, 끼니, 낀'과 같은 방식으로 끝바꿈을 합니다.
음악은 멎고, 대학생 방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들린다. 구두 신는 소리, 겨드랑에 악보를 끼고 가을바람의 갈대처럼 몸을 흔들흔들하며 걸어가는 대학생 모습을 생각할 수 있다. <박경리, 시장과 전장>
형님이 나를 어떤 단위 조합에라도 끼어 넣어 주십시오. <이병주, 지리산>
위에 보인 예문은 '끼우다'가 줄어든 '끼다'가 쓰인 것들입니다. 따라서 두 예문의 '끼고'와 '끼어'를 각각 '끼우고'와 '끼우어/끼워'로 바꾸어 써도 상관없습니다.
아래에 보인 예문은 '끼이다'가 줄어든 '끼다'가 쓰인 것들입니다. 이때에는 두 예문의 '낀다'와 '끼어'를 각각 '끼인다'와 '끼이어/끼여'로 바꾸어 써도 괜찮습니다.
투입구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바닥을 더듬거린다. ······ 조금씩 안으로 밀어 넣은 팔이 어느새 겨드랑이까지 들어가 투입구에 살이 낀다. 현관문에 닿은 얼굴이 짓눌린다. <하성란, 곰팡이꽃>
두령들도 변복한 뒤에 금구에서 일단 모이기로 약속한 후 군사들 틈에 끼어 뿔뿔이 흩어졌다. <유현종, 들불>
그런데 '끼다' 중에는 '끼우다'나 '끼이다'로 고쳐 쓸 수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팔이나 손을 서로 걸다' 또는 '무엇을 곁에 두거나 가까이하다'의 뜻일 때가 그러합니다.
연산은 다리를 오그리고 팔짱을 꼭 끼어 소매로 눈을 가렸다. <박종화, 금삼의 피>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산을 끼고 30분쯤 들어가자 비로소 시야가 탁 트였다. <하성란, 저 푸른 초원 위에>
이 밖에도 '끼다'는 '안개나 연기 따위가 퍼져서 서리다', '때나 먼지 따위가 엉겨 붙다' 등과 같은 의미로도 쓰이는 말이라는 점도 알아 두세요.
아까 집을 나설 때부터 구름이 끼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온통 하늘이 찌푸려져 있었다. <황순원, 나무들 비탈에 서다>
그의 목에는 원래는 흰 것이 때 묻고 먼지 끼어 거의 잿빛이 된 털목도리가 둘리어 있었다. <박태원, 낙조> | | | | |